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꾀 안 부리고 일 잘한다고
벙어리 혼자 산골 묵정 밭을 종일 매게 했더니
해으름 논둑길에 날 만나 반갑다고
아바바 아바바
황토 흙 묻은 이마에 지는 붉은 해그늘
여윈 등허리 빈 지게에 진달래 한 묶음 묶여있다
이 벙어리에게 하룻동안 지나간
골짝바람 소리나 귀먹은 바위나
바위 밑 산두꺼비 우는 소리나
아니면 산이 벗해 주지 않아서
돌아온다는 얘긴지
산을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고
아바바 아바바
그가 어사처럼 논둑길을 따라
마을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
나는 문득 내 소원을 그에게 말 못하고 만것을
평생 후회하며 살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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