산 /이문길
꾀 안 부리고 일 잘한다고벙어리 혼자 산골 묵정 밭을 종일 매게 했더니 해으름 논둑길에 날 만나 반갑다고 아바바 아바바 황토 흙 묻은 이마에 지는 붉은 해그늘여윈 등허리 빈 지게에 진달래 한 묶음 묶여있다 이 벙어리에게 하룻동안 지나간 골짝바람 소리나 귀먹은 바위나바위 밑 산두꺼비 우는 소리나아니면 산이 벗해 주지 않아서돌아온다는 얘긴지산을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고아바바 아바바 그가 어사처럼 논둑길을 따라 마을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나는 문득 내 소원을 그에게 말 못하고 만것을평생 후회하며 살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
낙서장
2019. 5. 30. 19:01